한국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가 들려주는 여행과 음악의 만남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밴드 이날치. 멤버들의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소중한 여행의 추억을 함께 되새겨보고, 서울에서 국악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꿀팁도 전수받았으니 주목하자. 언젠가 꼭 공연을 해보고 싶은 뮤직 페스티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강렬한 리듬과 진한 정서,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그룹 이날치. 많은 이들에게는 국악 밴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팝 밴드로 규정한다.

이날치의 음악은 스토리텔링에 방점을 둔 한국 고유의 민속악 판소리가 주축을 이루고, 여기에 뉴웨이브적 요소가 접목된 형태다. 그러나 이처럼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레퍼토리를 통해 이날치 밴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운드는 팝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여러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는 만큼, 이날치는 확실히 정통파 밴드는 아니에요.” 베이시스트 장영규의 말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저희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생겼죠.”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서울

Nature

이날치 밴드의 정체성은 이들의 고향인 한국에 확고한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특히 서울의 경우 다양한 장르의 음악 신(scene)이 어우러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국내의 많은 뮤지션들이 끈끈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음악 경험을 쌓고 실력을 다지기 위해 서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 내에서도 각 지역마다 음악적 정체성이 다르기 마련인데, 특정 장르의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은 그들이 지향하는 장르나 스타일이 성행하는 지역으로 모여들곤 한다. 일례로 번화한 홍대 대학가는 밴드의 성지인 반면, 양재동 교외에서는 수많은 국악인들이 모여 함께 연습을 하고 공연을 펼친다.

누군가 이날치를 만나기 위해, 또는 국악을 경험하고 싶어 서울에 온다면 어디로 초대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음악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또는 ‘소규모 하우스 콘서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먼저 친밀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보다 직접적이고 개개인에게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 장영규는 “이러한 방식으로 음악을 전달했을 때, 대중들이 국악을 더 쉽게 접하고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국립중앙극장과 같은 대형 공연장에서도 다양한 라이브 공연을 기획하고 있으니, 규모 있는 콘서트홀에서 국악을 즐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공연 일정을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한다.

홈그라운드에서 즐기는 여행

이날치는 팬데믹 발발 직전인 2019년에 결성되었기 때문에 함께 해외로 떠날 기회는 없었지만, 다행히도 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일부 지역을 순회하며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보통 최소 반나절 동안 더 머물며 함께 도시를 탐방하고 해당 지역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2020년, 이날치는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하여 서울, 전주, 부산, 강릉 등 국내의 다양한 여행지를 홍보하는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캠페인 기간 동안 목포와 안동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는데, 두 도시에 처음 가보는 멤버들은 특히나 설레했다는 후문.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지역을 탐방할 기회도 얻게 되어 매우 기뻤다고 한다.

Nature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곳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어요. 덕분에 국내에 얼마나 멋진 여행지가 많은지 깨달았고 감사함도 느꼈죠.” 보컬 이나래는 멤버들과 함께 이곳 도시들을 방문했던 것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여행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됐어요.”

특히 아름다운 도시 안동은 이날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사실 안동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마치 한국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나래는 당시의 여행을 이렇게 회상했다. 안동에 머무는 동안 병산서원을 둘러볼 기회도 있었다. 이곳은 수백 년 전 조선시대에 세워진 학문의 요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안동의 대표적인 유적지 중 하나다.

“사실 안동에서 뭘 할 수 있을지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마치 한국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어요.” - 이나래

앞으로의 여행 계획

실제로 여행은 밴드의 창작 활동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개별 멤버에게도, 밴드 전체에도 여행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날치의 멤버들 역시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이 그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음악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나보는 것 또한 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이로써 스스로가 가진 이해의 폭을 넓히고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

다시 여행길이 열리고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날이 오면, 이날치는 다 함께 오랫동안 꿈꿔온 휴가를 떠나 돈독한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해외 진출에도 다시 시동을 걸 예정으로, 글로벌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은 그들이 가장 서고 싶은 꿈의 무대 중 하나다.

사실 지난해 이날치는 한반도 비무장 지대 인근에서 개최되는 음악 축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아쉽게도 팬데믹으로 인해 공연은 취소되었고, 멤버들이 느낀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나래는 “평화를 노래하는 축제라는 점에서 너무나도 의미 있는 행사였기 때문에 기대가 정말 컸죠.”라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나중에 꼭 그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이날치 밴드 멤버들이 공유하는 ‘가장 좋았던 여행’


Nature

아이슬란드로 떠난 평화로운 신혼여행, 남미에서 즐긴 열정의 카니발 등 이날치 멤버들이 꼽은 ‘최애 여행지’와 그에 얽힌 스토리를 소개한다. 또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이 이들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장영규
베이스

베이스 연주자 장영규는 가장 최근에 떠났던 유럽 여행에서 한 가지 계획한 바가 있었다. 바로 멋진 재능을 가진 거리의 연주자와 콜라보 작업을 하는 것. 실제로 베를린에 있는 다리에서 러시아 출신 아코디언 연주자를 만난 그는 영화 삽입곡을 함께 작곡하고 녹음까지 마쳤다.

또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꼽은 곳은 콜롬비아. 그는 바랑키야 카니발(Barranquilla Carnival)에서 현지 음악을 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당시 경험했던 낯선 사운드의 향연을 회상했다. “음악이 굉장히 독특해서 저에겐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어요.” 장영규의 말이다. “리듬과 퍼커션의 구성을 이해해 보려고 엄청나게 집중했던 기억이 나네요. 국악과는 너무나도 다른 장르라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죠.”

늘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에 살다 보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장영규의 고민. 그에게 여행이란 생각을 정리하고, 삶을 돌이켜보고, 미래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해독제와 같다. “바쁜 삶을 살다 보면 모든 것이 짐처럼 쌓이는 느낌이 들어요. 여행을 떠나면 더 이상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비워낼 수 있죠.”

이나래
보컬

보컬 이나래에게 음악은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일종의 추억 재생 버튼이다. “어딘가를 여행하면 그 순간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노래를 찾아내는 걸 좋아해요. 집으로 돌아와 그 노래를 들으면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죠.”

Nature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을 촬영하러 부산을 방문했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치의 ‘어류도감’이 재생된 순간, 이 노래는 그녀에게 부산에서의 시간을 압축해 담은 타임캡슐이 된 것. “이제 어류도감을 들을 때마다 부산이라는 도시와 그 풍경이 떠올라요. 아름다운 하늘과 해변, 갈매기가 생각나죠.” 이나래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음악을 통해 여행의 순간을 기억에 새기고, 되짚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나래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는 일 년에 꼭 한 번씩 휴가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은 아니었다고 한다. 늘 일이 우선이었던 그녀에게 여행은 출장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팬데믹은 여행에 대한 관점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제게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서로 함께하기가 너무나 어려워졌잖아요.” 그녀가 덧붙였다. “그간 소중한 기회를 많이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만큼, 하루빨리 소중한 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안이호
보컬

보컬 안이호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제주도다. “공연을 마친 후에 나머지 멤버들은 서울로 돌아갔어요. 평소 같았으면 저도 함께 돌아갔을 텐데, 그땐 혼자 하루 더 머물기로 결정을 했어요.” 그는 홀로 여행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렌터카로 섬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지도나 내비게이션도 보지 않고요. 길을 따라 달리다가 바다에 들러 수영도 하고, 출출해지면 차 세우고 밥 먹고... 그렇게 쭉 달리다 보니 황량한 숲이 나오고 도로가 끊기더라고요. 딱 해 질 무렵이었어요. 굉장히 비현실적인 경험이었죠.”

어렸을 때 이웃들과 함께 계곡으로 떠났던 경험도 그의 또 다른 소중한 추억이다.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할 수 있는 개울이 있었어요. 물가에 가면 일단 불을 피우고, 작고 동그란 어망으로 물고기를 잡았죠.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고, 그릴에는 고기를 굽고. 라면도 끓여서 먹었어요.” 그는 이렇게 여행을 갈 때면 야외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곤 했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이때 떠났던 여행은 저에게 참 애틋해요. 이제는 이런 여행을 하기가 참 어려워졌으니까요.”

권송희
보컬

보컬 권송희에게 여행은 창작 활동의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소다. 그녀는 해외에 갈 때면 현지 음악 신(scene)의 대표적인 면모를 경험하고, 이를 통해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뮤지컬을 봤어요. 아일랜드 골웨이에서는 밴드 공연에 갔고, 이비사에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클럽을 방문했죠. 스페인 세비야에서는 플라멩코 콘서트를, 베이징에서는 중국 오페라 공연을 관람했고요.” 그녀는 각 여행지에서 관람했던 공연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덕분에 각 지역 고유의 음악을 생생하고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었죠. 온라인에서 영상을 볼 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Nature

권송희는 특히 스페인, 아이슬란드, 인도의 음악 문화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는 클럽에 많이 갔어요. 클럽별로 테마나 컨셉, 정체성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장소에 따라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아이슬란드는 비요크, 올라퍼 아르날즈, 요한 요한손, 시규어 로스 등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배출한 나라다.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이들의 음악이 공유하는 감성이 있거든요. 신혼여행으로 아이슬란드에 갔을 때 ‘아, 이렇게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나라라서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명상을 할 때마다 노래를 부른다는 인도인 친구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전통 음악이 가진 독특한 멜로디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숲속에서 그 친구가 눈을 감고 악기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신유진
보컬

보컬 신유진은 여행뿐만이 아니라 팬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날치의 국내 공연과 촬영 스케줄이 계속 잡혀있고, 멤버들과 함께 전국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이날치는 울산, 광주, 전주, 통영, 제주도, 마라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공연을 해 왔다. 신유진은 “이렇게 순회를 하는 동안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며, "덕분에 여행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팬데믹이 끝나면 온전히 여가를 목적으로 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그녀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보고 싶다.”라고 운을 뗐다. “유럽에서 우리 음악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거든요. 아니면 프랑스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 멤버 모두 음식에 진심이니까요!”

“여행은 일단 즐거워야 하잖아요. 플레이리스트도 즐거워야죠.” - 이철희

이철희
드럼

드러머 이철희의 추측처럼, 팬데믹으로 인해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면 많은 이들이 곧장 여행을 떠나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초반에는) 많은 이들이 대도시가 아닌 호젓하고 조용한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행 중 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논하자면, 그 순간의 무드와 어울리는 노래 선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 날씨, 분위기, 그날의 감정이나 특정 장소에서 느끼는 기분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밝고 경쾌한 음악을 좋아해요. 그래서 80년대 디스코 클래식, 보니 엠, 아바 등을 주로 듣는 편이에요.” 이철희의 말이다. “여행은 일단 즐거워야 하잖아요. 플레이리스트도 즐거워야죠.”



부킹닷컴 익스플로러